어디 갔나요 그 꽃잎은
지난 여름 그 무더위 견뎌내고 웃으며 얼굴 내밀었는데
어디 갔나요 그 잎은
지난 여름 그 가뭄 속에서도 청청한 푸름 만들었는데
어디 갔나요 그 사람
깊은 주름 아로새기며 일생(一生)을 견디어 왔는데
나타났다 사라지는 세상
보였다가 없어지는 세상
왔다가 가버리는 세상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
나도 그렇게 살았던 세상
하지만 누군가는
사라진 꽃잎을 여전히 보고
없어진 푸름을 여전히 보고
가버린 그 사람을 여전히 보고
맨해튼 누각 위 흔들리는 깃발
동편의 바람 때문인가?
서편의 바람 때문인가?
누각 아래 고개 든 사람들의
오고 가는 설전(舌戰)들
그 누가 알았으랴?
흔들리는 깃발이
동편의 바람도 아니고
서편의 바람도 아닌
우리의 마음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