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소수자다!
Melinda Koo
난 성소수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MTF 트랜스젠더이다. 부디 날 성소수자로서 알아주길 바란다.
난 성소수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MTF 트랜스젠더이다. 부디 날 성소수자로서 알아주길 바란다.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가족에서만 태어나지 않고, 헤테로/시스 가정에서도 태어나고 자란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부모와 주변 환경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자라면서, 만약 그 문화가 호모포빅/트랜스포빅 하다면 스스로를 증오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우울증으로 자기 삶을 파괴하는 사람도 있고, 무의식 중에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우울증과 자기학대에 지배당하며 평생을 고통 중에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누가 왜 성소수자가 되는지는 결론이 없는 논제이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를 묻는다면 그건 질문자의 무지만 드러낼 뿐이다. 후천적이라면 바꿀 수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 바꿔야 되는가? 세상에 수많은 병이 있고 인체에 일어나는 수많은 종류의 변화가 있는데, 생득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제거해 버리고 살아야 하는가? 반대로 선천적이면 어떤 증상도 다 인정하고 사는가? 아니다. 또, 선천적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야 하는가? 태어나는 시점 이전에 규정되어야 하나? 엄마 뱃속에서의 영향은 어떠한가? 생명과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대과학과 의학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고려하여 무엇이 "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그 판단은 당연히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지식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또한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죄’가 될 수 없다. 나는 여기서 기존 신앙체계의 잘못을 들추면서 “무엇이 더 큰 죄인지” 논하고 싶지 않다. 그런 비교대상에 나 자신을 놓기 이전에 나는 나 스스로를 존경한다. 만약 내가 죄 때문에 성소수자가 됐다면 그것은 누구의 죄인가 묻는다. 나의 죄인가? 아님 내 부모, 그도 아니면 형제의 죄인가? 지적해 보라. 나도 크리스천이지만 이런 경우에 회개하고 기도하면 해결된다고 말하는 건 무관심과 무책임을 드러낼 뿐이다.
나에게 이런 주장은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진다. 알고 싶지도 않고 더군다나 고민하고 싶지도 않다는 차가운 무관심으로 들려온다. 성정체성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손가락질 받고, 돈도 못 벌고 정상적인 생활을 살지 못해서, 끝내는 죄책감에 짓눌려 목숨을 끊더라도 나랑 상관없다고, 다만 나의 비이성적인 신앙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방해하지만은 말아 달라는 얘기로 밖에 안 들린다.
나는 신학자도 목회자도 아니고, 미국에 사는 한 사람의 크리스천일 뿐이다. 나의 교회는 나의 정체성을 정죄하지 않고 나를 품어주고 도와주었다. 나는 나의 종교적 결론이 있고, 나의 종교는 나를 성소수자라 해서 정죄하지 않았다.
이걸 죄나 병이라 부를 수 없다면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왜 스스로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그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가. 내가 태어나면서 국가 인종 가족을 고르지 않은 것처럼, 이런 사람이 되기로 한 적도 없다. 오히려 난 이런 사람이 아니길 열심히 기도하며 자라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이렇게 불편함 많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심각한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너무나 많은 삶을 선택하고 싶겠는가.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건 그들의 문제지 나의 문제가 아니다. 난 이걸 숨길 의도가 전혀 없다. 어차피 나는 더욱 더 변해 갈 것이고, 지금 나를 받아줄 수 없는 사람들이면 나중에도 나를 받아줄 수 없다. 무엇보다 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나서도 내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내가 이 사실을 드러내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성소수자는 특별한 게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태어날 수 있고, 몰랐더라도 자라면서 알게 될 수도 있다. 우리도 남들과 같은 확률의 가정에서 태어나 같은 확률의 어린시절을 보냈다. 호모포빅/트랜스포빅한 어린시절을 보냈는가, 나도 그랬고 나의 많은 성소수자 친구들도 그랬다. 우리는 많은 경우 스스로를 증오하는 환경에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자해를 하며 자라난다.
당신 주위에 성소수자가 아무도 없는가, 평생 한번도 본 적이 없는가. 당신은 확률적으로 분명히 인생의 어느 순간에 성소수자를 알고 교류하며 지냈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당신을 믿지 않고 드러내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다.
그래서 이 세상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노출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성소수자라면 특정 종류의 직업군, 특별한 몇몇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는 시스/헤테로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태어나고 교육받고 자라나서 일을 하며 산다. 당신 주위에 성소수자가 아무도 없는가, 평생 한번도 본 적이 없는가. 당신은 확률적으로 분명히 인생의 어느 순간에 성소수자를 알고 교류하며 지냈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당신을 믿지 않고 드러내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건 정말 드문 경우이지만, 이렇게 라도 세상에, 특별히 한국어 사용자 중에 또 한 명의 성소수자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중에 언제 어디서고 다른 성소수자를 만난다면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내가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커밍아웃 했을 때 나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나 같은 사람을 봤었던 경험을 나누어 줬다. 그 수많은 커밍아웃 덕에 지금 내가 혜택을 받고 살고 있고, 나도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이 험한 세상에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힘찬 박수를 보낸다.이 험한 세상에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당신이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질 꺼라 믿는다.
나는 예전의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만약 나와 지속적 관계를 맺길 원한다면 새로운 이름으로 나를 불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