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아 빈민가 이야기

김봉수목사 | 볼티모어 도시선교센터

고등학교 졸업자는 35%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고등학교 졸업을 요구하는 미국에서 취업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가능한 일자리는 일용직이나 저임금의 노동직뿐이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거래나 갱 조직이 청소년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김봉수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볼티모어 빈민가에서 사역한 지가 10년이 되어간다. 지금도 변함없이 듣는 소리가 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볼티모어 동네 얘기를 듣다보면,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왜 사역을 하세요? 미국에서 조금만 일을 하면 먹고 살 수 있는데, 흑인들은 일은 안 하고 왜 그렇게 게으른지 모르겠어요! 조심하세요, 물론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어느 때에는 상당히 거슬릴 때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경에 나오는 한 율법사가 예수님에게 “내 이웃은 누구 입니까? “ 즉 나에게 맞는 이웃이 누구인지 물었던 질문과 똑같은 말로 생각이 되었던 것은 우연일까?

한인 이민사를 보면  미국본토로의 이민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라고 한다.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이민1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단돈 $100.00를 가지고 이민을 와서 영어도 안 되고 가진 것도 없었지만 새벽부터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는 일을 바닥부터 해가며,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사는 성공한 이민자들이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된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 나라에 사는 흑인들이 빈민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돈 한 푼없이 말도 잘 안 통하는 이민자들이 이렇게 해냈으면, 말도 잘 통하고 이 나라 국민인 흑인들이 더 쉽게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한인 이민자 상당수의 생각은 추측해본다.

보통 한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가 없기에 모여서 인간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통해서 필요한 재화들을 마련하기 위해 모이기 시작한 것이 도시의 시초라고 한다. 즉 이 말은  그 도시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삶을 뒤 받침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기에 인간은 혼자 살 수가 없다.

좀 더 설명을 하면 한국에서 힘들어서 아니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자식교육 때문이든 이민을 결정한 후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탄 것은 미국에 대한 이민성공신화 때문이다. 미국에 오면 고생한 만큼 대우를 받고 우리가족과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주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 왔다.

“이민생활을 혼자 시작했는가?” 한국에서 이민올 때는 혼자 아니면 가족과 같이 왔지만, 미국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마중나온 친척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민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마저도 아니라면 한인교회에 전화를 걸어 목사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초창기 이민목회는 공항에 막 도착한 개인이나 가족을 픽업하는 일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도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 까지 지인집에 머물렀는데, 연고 없는 이민자들은 교회를 통해 목사나, 장로, 집사의 도움으로 일을 배우면서 이민생활을 적응해 나갔다.  누구도 혼자는 없었다. 이미 정착한 친척이나 지인, 교회의 도움으로 교통, 직업, 주택, 자녀교육 등 생활전반을 다져 나갔던 것이다.

 가끔 이민와서 나 혼자 맨땅에 헤딩했다고 말하는 분들을 만난다. 하지만 대 부분의 이민자들은 돈이 없었을뿐, 미국 대도시 어디에나 찾을 수 있었던 교민사회의 지원과 도움으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사회 안전망의 혜택을 누렸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도시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에게는 우리 교민들이 도움을 받았던 이런 사회 안전망이 거의 없다. 나름대로 똑똑하거나 대학을 진학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다 떠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만이 남은 빈민가.

그런데 도시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에게는 우리 교민들이 도움을 받았던 이런 사회 안전망이 거의 없다. 나름대로 똑똑하거나 대학을 진학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만이 남은 곳이 빈민가이다. 도시선교센터가 있는 지역은 13구역 그린 마운트 이스트이다. 이곳 분위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 해서든 지역을 떠날려고 한다. 통계에도 17세 이상은 8% 미만이 않된다. 고등학교 졸업자는 35%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고등학교 졸업을 요구하는 미국에서 취업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가능한 일자리는 일용직이나 저임금의 노동직뿐이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거래나 갱 조직이 청소년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The Wire 라는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미국 씨리즈 영화에서 너무나 잘 그려주고 있다.)

김봉수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우리 방과 후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이나 지역 아이들을 보면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거나 마약거래 아니면 감옥에 있거나 어찌 보면 하루 하루가 이들에게는 고달픈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방을 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빈민가, 남자아이들이나 여자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미식축구 선수나 농구선수, 모델,연예인등 처음에는 얘들이 왜이러나 했는데, 빈민가에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운동선수나 아니면 연예인들이 대다수 였다.

아이들이 바라볼 롤 모델이 없으니 한인사회 처럼 교육열이 있을 수 없다. 부모가 문맹이면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도 문맹이 된다. 3년전 방과 후 프로그램에 다녔던 자키라 라는 아이가 한 말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보려고 했더니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자기에게 “너는 백인이 아니야, 너는 흑인이야!”

 격려와 도움을 받지 못하는 빈민가 아이들은 어려서 부터 낙오자의 삶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지금도 빈민가 흑인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큰 혜택을 보장 받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 되어버린 빈민가.

아직도 미국사회 전체에 만연한 인종차별, 오랫시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지역, 낡은 집은 허물어져가고 사람들은 더 황폐해 가고 마약,음주만 기승을 부리는 곳,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조장하는 곳, 이런 곳에서 혼자 일어난다는 자체가 가능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그곳에 오늘도 나도 함께 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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