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류미비 청년의 눈물겨운 연설

박동규 변호사

이날 많은 사람들을 울린 감동적인 연설을 해준 한인 드리머 김나라씨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그 모습이 더욱 슬프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진출처: 박동규변호사
제가 이민법 상담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때는 신분 문제로 고통 당하는 분들과 상담할 때 입니다.

첫째는,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돌아가셔도 장례식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 입니다. 우리네 전통은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거나 장례식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큰 불효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이민법은 서류미비자가 미국 밖으로 출국할 경우 최소 3년에서 10년 동안 입국이 금지 시키고 있습니다.

둘째는,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여 아이비등 좋은 사립대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갈 수 없는 경우 입니다. 자녀가 아주 어릴때 미국에 온 경우 부모님들은 대개 자녀의 신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혹시나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거나 위축될 것이 두려워서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립대 에서는 서류 미비 신분의 학생들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주립대와 시립대를 졸업해도 합법적인 취업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주 에서는 운전면허 취득도 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상처는 그들이 신분 때문에 ‘꿈’ 마져 잃게되는 경우 입니다.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들은 이런 열악한 상황속으로 떠밀려난 서류 미비 청소년들의 구제를 위해 십여년 넘게 촉구하였고 그 결과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DACA 즉,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을 실시 하였습니다.

16세 이전에 입국했고 미국에 5년이상 거주했으며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졸업을 했고 중범죄 이상의 전과가 없는 경우 추방을 유예하고 노동허가증, 여행허가증, 소셜번호, 운전면허등을 받게 해주는 프로그램 이었습니다. 그 결과 DACA 드리머 약 80만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이중 한인 드리머약 8천명도 함께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긴 소송과 우여곡절 끝에 금년 6월 연방 대법원은 DACA프로그램을 계속 실시 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에 5대4의 판결로 가까스로 다카 드리머들이 구제 되었는데 이때 소수인종, 이민자, 여성들의 인권을 대변해온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이 안계셨더라면 프로그램이 중단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 이었습니다.

드리머들과 지지자들이 내뿜는 결의와 함성은 그 어느때 보다도 강하고 높았습니다. 이들은 비가 내리면 더욱 거세게 함성을 질렀습니다. 신분이 없는 설움과 '꿈'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이 뭍어났습니다.

이 결정이 나오기 7개월 전인 2019년 11월 21일은 워싱턴 DC 소재 연방 대법원에서 DACA 프로그램의 존속이냐 폐지냐를 놓고 최종 심리를 하는 날 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드리머들과 지지자들 수천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이민자 보호 교회 네크워크와 시민참여센터 법률 대책위를 대신하여 뉴욕에서 함께 내려간 민권센터와 지지자 분들과 함께 참여 하였습니다. 미주한인 봉사교육 단체협의회는 DACA 드리머들을 대표하는 다민족 드리머들과 함께 18일간 뉴욕, 필라, 볼티모어를 거쳐 워싱턴 DC까지 도보로 역사적인 대행진을 주관하였으며 이날의 전체 행사를 이끌었습니다.

영하에 가까운 무척 춥고, 바람불고, 비오는 날이었지만 드리머들과 지지자들이 내뿜는 결의와 함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강하고 높았습니다. 이들은 비가 내리면 더욱 거세게 함성을 질렀습니다. 신분이 없는 설움과 ‘꿈’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이 뭍어났습니다.

이날 많은 사람들을 울린 감동적인 연설을 해준 한인 드리머 김나라씨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그 모습이 더욱 슬프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DACA 드리머들은 신분 문제로 상처를 받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통 받은 다른 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상처받은 치유자 (Wounded Healer)’들임을 굳게 믿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들 드리머들이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드림법안과 천백만명의 서류 미비자 구제를 포함하는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등 20년 넘게 기다려온 다양한 친이민 법안들이 통과되길 기원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11월 뉴욕 부터 워싱턴 DC까지 도보 대행진을 참여한 후 미 연방 대법원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끌었던 한인 드리머 김나라씨가 한 감동적인 연설문을 번역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제 이름은 김나라 입니다. 저는 미주한인 봉사교육 단체협의회(NAKASEC)의 회원 입니다. 지난 18일간의 행진 동안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 삶의 '불확실성' 이었습니다. 그리고 불확실한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매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부모님들과 가족들은 저에게 제가 '완전하고 동등한 권리가 있는 소중한 사람' 이라고 계속 일깨워 주셨습니다. 

7년전 DACA 프로그램이 발표 되었을때 저는 그것조차 자격이 되지 못해서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DACA 수혜자냐? 드리머냐? 라고 물으면 저는 실망하고 좌절 했습니다. 그 법 조항에도 저의 권리는 지워져 있었기 때문 입니다. 저 같은 사람들 에게는 DACA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싸워야 합니다. 천백만 서류 미비자가 있는데 백만에게만 주는 혜택 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 정부의 이민 정책은 인종 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 이며, 남성 우월주의적이며, 계급 차별적 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가족으로 뭉쳐야 합니다. 단 한사람도 혜택에서 낙오 되어서는 안됩니다. 단계적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서 부터 행동을 시작할 것을 요청 합니다. 함께 행진을 하면서 피곤 했지만 저는 오히려 힘을 얻었습니다. 제 몸과 마음과 정신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보다 더 강합니다. 우리는 대 가족이기 때문 입니다. 우리는 싸울 것이고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늘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친구들이여 저희를 부르십시요. 곧 달려 가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Si, se puede!
Yes, we can!”